조르지오 아르마니 UV파우더 파운데이션을 다 써버려서 라네즈에서 새로 출시되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에 낼름 사버렸습니다. 아마도 마몽드의 파우더팩트를 써 본 후 아모레퍼시픽의 베이스메이크업 제품에 신뢰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밝은 제품인 1호를 구입하였습니다.
일단 처음 얼굴에 발랐을 때 느낌은 상당히 좋습니다. 모공이 많고, 여드름 흉터도 조금 있는데 비교적 많이 가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색상도 종전의 아모레퍼시픽제품답지 않게 화사했구요. 텍스처도 정말 얇고 고왔습니다. 순간적으로 드디어 라네즈가!하고 생각했더랬습니다. 정말 흡족했습니다.
그런데 5일간 사용해 본 결과, 유감스럽게도 그와 같은 화사하고 보송한 느낌은 바른 후 한두 시간뿐이었습니다. 오전 11시(저는 사무실에 출근해서 아침 업무를 처리하고 난 후에 화장을 시작합니다--;;)에 자외선차단제 겸 '메베'를 바르고 몇 번 두드려 준 이후 현재까지 세 번 수정화장을 해야 했습니다. 바른 후 시간이 좀 지나자 계속해서 피부 표면에 뭔가 들러붙어 있는 듯한 답답한 느낌이 들었고, 그 때쯤 거울을 보면 처음 발랐을 때의 느낌과는 달리 모공이 훨씬 크고 깊어 보였습니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수정화장으로 처음의 뽀샤시한 느낌을 되살려 주어야 했는데, 이런 일이 서너 번 반복이 되면 매우 얇게 바르려고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이 정말 두꺼워 보이게 됩니다. 피지 분비가 많은 코 양 옆에는 군데군데 뭉치는 곳이 발견되기도 하며, 심하지는 않지만 모공이나 여드름 흉터에 끼는 현상도 발견됩니다.
피지조절용이라 그런지 피부의 건조감도 심한 편이네요. 여태까지 어떠한 지성용 팩트를 사용해도 당긴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는데... 당기는 느낌과 함께 눈가에 미세한 주름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반면, 피지조절효과는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습니다. 번들거림이 시각적으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끈덩거리는 기분 좋지 않은 촉감이 있습니다. 어쩐지 피지를 빨아들이면서 수분까지 같이 빨아들이는 느낌이 듭니다.
얼굴이 얼룩덜룩해지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건 제가 고른 색상이 제 피부보다 약간 밝아서 그럴 수도 있겠군요. 다크닝 현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한창 나이의 피부 좋은 애들이라면 또 모를까.. 제 나이에는 좀 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제품입니다. 피부의 당김과 동시에 느껴지는 이 찝찝한 답답함... 모처럼 큰맘먹고 새 제품을 샀던 것인데... 돈이 아깝지만 조르지오 아르마니로 돌아가야겠어요. 별은 두 개만 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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