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애매한 제품입니다. 뭐에 홀린듯 공구사이트에서 이 비누를 샀는데 지금도 '도대체 내가 왜 이 비누를 샀을까' 이러면서 머리를 쥐어박고 있습니다. 이거 살 돈으로 비오레 자차나 하나 더 살 것을! 이러면서요. 올리브영에서도 팔던데 구입 당시엔 것도 몰랐어요. -_-
아주 검은 비누입니다. 점토와 약용석탄을 배합한 제품이고, 모공에 박혀있는 피지와 노폐물을 흡착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전 얼굴에 쓰기엔 좀 겁이 나서 바디용으로만 사용했습니다.
제품을 받은 순간부터 후회막급. 이거 하나에 9500원이라니! 물론 더 비싼 비누도 많지만 원체 비누를 돈 들이면서 사본 적이 없어 가슴이 벌렁거리더군요. 누구 생일 때 선물로 줄까 하다가 마침 바디클렌저가 떨어져 이 비누로 대체했습니다.
비누가 검으니 거품도 검을 것이라는 잠깐의 환상이 있었으나. -_- 차라리 검은 거품이었으면 신기해서라도 별을 더 날렸을 텐데. 거품을 내니 노송나무 향이 은근히 나기 시작합니다. 온천에서 맡아지는 냄새같기도 하구요.
거품은 왠만큼 잘나고 몇번 쓱쓱 샤워볼에 문지르면 몸을 씻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물로 다 헹구고 나니 몸이 촉촉하더군요. 도브처럼 미끄덩 거리는 느낌이 아니라 당기지도 않으면서 미끄덩거리지도 않는, 딱 적당한 느낌이었어요.
날이 건조해 비누로 샤워할 때는 몸이 마구 당겨서 괴로웠는데 이 비누로 샤워하고 나니, 물론 바디로션을 발라줘야 하긴 하지만 물이 마르는 순간부터 피부가 당기고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적당히 촉촉한 마무리'란 점을 빼면 그다지 말할 것이 없습니다. 세안을 해보질 않아서 그런지 피지와 노폐물 흡착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와닿질 않고, 비누가 단단하긴 하지만 굉장히 오래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냥 쓴만큼 닳아요. 결정적으로 비누 1개에 9500원이라는 가격은 제가 감당이 안되므로 왕창 감점.
특별히 장점도, 특별히 단점도 찾을 수 없는 평범한 느낌의 비누에 비싼 가격. 별을 딱 반으로 나눠 2개 반 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