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강력한 UV 기준을 내세우는 걸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호주제 선블럭들은 다른 나라 제품보다 믿을만하다는 인식이 강하고요.
이 제품의 경우 아직 미국 안에서 정식 수입되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고요, 대신 동네 소규모 파마시나 온라인에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온라인에서 대충 $30-40 정도에 구할 수 있으나, 저는 직접 유통기한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에서 조금 더 주고 구입했습니다 (2013년 9월). 용량은 50ml입니다.
회사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 이 회사의 제품은 오직 아연만을 차단성분으로 사용합니다.
이 제품에는 아연 20%가 포함되어 있고요. 기타로는 Diazolidinyl Urea과 Phenoxyethanol을 파라벤 대신 보존제로 사용했다는 걸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일단 제품을 개봉한 후에는 6개월 이내에 다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고요.
이외에도 제품 포장을 보면 (당연히) 케미컬 차단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 예민한 피부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 차단 범위가 넓다는 점 등과 함께, 이산화 티타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산화 티타늄이 발암물질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모양이더군요.
또 몇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Zinclear 성분과 달리 아연성분이 나노화(nanosized)된 게 아니라 마이크로화(micronized)된 제품임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작게 만들어진 선블럭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면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의식한 듯 합니다 (이 역시 확립된 정설은 아닙니다). 신제품인만큼 최근 연구를 반영하려고 노력한 게 느껴집니다.
나노화된 아연을 사용한 제품 중 대표적인 게 DERMAGUEST사의 Zinclear SPF 30인데요, 여러모로 비슷한 느낌입니다.
사용감:
올레이 토탈이펙트스러운 진공 펌프 용기입니다. 마음에 듭니다.
한 번 누르면 얼굴 전체에 바를 수 있는 양이 나옵니다. 물론 적정량을 바르려면 2번 정도는 펌프해줘야할 거고요. 제형은 로션치고는 살짝 되직한 편입니다만, 손으로 문대기 시작하면 수분감이 느껴지면서 성분이 분리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처음에 이 제품을 얼굴에 펴바르면 난감하게도 하얀 색소가 든 부위와 수분감이 느껴지는 부위가 나누어지면서 색소가 얼굴 여기저기에 불균등하게 뭉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로션형 제품처럼 전체적으로 도톰하게 펴바르면 투명하게 마무리되는 제품은 절대 아닙니다. 아무래도 아연 성분이 매질에 녹는 게 아니다 보니 그냥 적당히 섞어 놓은 상태인 모양입니다.
이렇게 여기저기 뭉친 제품을 거울로 잘 살피면서 전체적으로 펴발라줘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1분 정도가 걸립니다. 1분이라고 하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느끼실 수도 있지만, 물리적 자극에 예민한 피부라면 충분히 irritation을 일으킬 수 있을만한 시간이죠. 예민한 피부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내세우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감점 요인입니다.
또 바르고 나면 마치 멘톨 제품을 바른 것처럼 잠시동안 얼굴에 화~한 느낌이 드는 것도 특이합니다. 위에 언급한 DERMAQUEST 제품 역시 비슷한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역시 예민 피부 제품으로는 좀 납득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백탁:
일단 다 펴바르고 나면 눈에 띄는 백탁은 대부분 사그라들지만, 역시 얼굴 전체에 얇게 베일을 씌운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남습니다. 저는 평소에 야외에서 필수적으로 모자를 착용하기 때문에 이마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생략하는데, 이 제품을 바르면 이마와 다른 얼굴 부위의 색상차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그렇다고 아넷사류의 수정액 자차저럼 물감 바른 느낌은 아니고요, 희뿌옇게 블러 먹인 듯한 느낌의 마무리입니다.
물론 이건 제가 일반적인 대한민국 여성들에 비하면 피부색이 짙은 편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피부색이 밝은 분들이라면 이런 문제를 덜 느끼시겠죠. 제 경우에는 이 위에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나 가벼운 파운데이션 등으로 어느 정도 색을 넣어줘야만 했습니다.
마무리감, 향기:
향료가 들어있지 않게 때문에 어느 정도 원료향은 납니다. 그렇다고 뉴트로지나 드라이터치 같은 극악한 향은 아니고, 바르고 나면 5분 정도 후에는 크게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일단 착상이 된 상태에서는 딱풀 바른 것처럼 끈끈한 느낌이 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라집니다. 몇 시간 후에도 특별히 피지분비를 강조한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건조하지 않은만큼, 숨어있는 각질을 하나하나 찾아내서 보여주는 무기자차 특유의 단점도 덜 한 편입니다.
아연 제품이니만큼 눈에도 자극은 없었습니다.
세안:
방수 제품은 아닙니다만, 물이 닿으면 또르르 굴러내립니다. 그렇다고 막강 방수는 아니고 일반적인 클렌저로 꼼꼼하게 문질러주면 무리없이 제거됩니다. 그냥 땀에 줄줄 지워지지 않는 생활 방수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회사 제품 중에는 4시간 방수 버전이 따로 나오기 때문에 물가에서 사용하실 분들은 그쪽을 알아보시는 게 낫습니다.
차단효과:
사용한 기간이 겨울/봄이었고 또 최근 장시간 외출을 한 일이 없기 때문에 차단능력에 대한 총평을 내리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만, 일단 사용하는 동안 햇빛으로 인한 트러블은 없었습니다.
총평:
전체적으로 그냥 무난합니다. 제 경우에는 백탁이 문제였지만, 이건 피부톤이 밝은 분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될 거 같고요. 가격대 성능비로는 좀 불만스럽지만 (50ml에 $40), 대신 안 좋다는 소문이 도는 성분은 다 빼고 심플하게 아연으로 만들었으니 이 정도는 별 문제가 아닌 분들도 많겠지요.
다만 예민 피부용이라고 자랑하는 제품이면서도 실제로는 몇가지 자극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은 불만입니다. 나는 절대 케미컬 차단 성분을 바르고 싶지 않다, 믿을만한 차단 성분은 오직 아연뿐! 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도전해보세요. 사용감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모공을 막거나 다른 트러블을 일으킨 적도 없고요.
가격과 백탁을 이유로 별 두 개 빼겠습니다.
P.S. SPF 30+라고 적혀있습니다만, 이건 SPF가 딱 30이라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소리입니다. 호주는 SPF를 지나치게 높게 적는 게 소비자들을 호도할 위험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30 이상은 표기하지 못 하게 법으로 정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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