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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뷰티] 민감 피부가 무슨 벼슬인가        2004-05-25 02:23:43     Bookmark and Share

우리나라 여성 치고 자신의 피부가 ‘민감하다’고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스트레스나 공해가 현대 여성들의 피부 민감화에 많은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피부를 살펴봤을 때 민감성으로 분류될 피부를 가진 여성은 10~20%에 불과했다.
나머지 80%는 대부분 잘못된 화장품 사용 습관으로 인해 피부가 후천적으로 예민해진 경우다. 자신의 피부가 민감하다고 주장하는 여성 가운데에는 지난 몇년 동안 매일 콩기름으로 메이크업을 지운 뒤 이중세안을 하거나, 병원에서는 각질 제거를 하면서 집에서는 레티놀 에센스·화이트닝 로션에다 재생크림을 덧바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부를 혹사시키고 있었다. 피부를 좋게 하려는 욕심이 트러블을 불러일으킨 경우다.

한두 번의 화장품으로 인한 트러블 경험으로 자신의 피부가 예민하다고 단정 짓는 경우도 문제다. 화장품 회사들은 그 틈을 노린다. ‘저자극성’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 ‘당신의 피부는 예민해요’ ‘아무 화장품이나 쉽게 사용할 수 없는 섬세한 피부’라는 광고 문구로 여자들의 공주심리를 부추기는 것. 상담 여성들에게 “당신의 피부는 별로 예민한 것 같지 않은데요?” 하고 말해주면 매우 서운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은 또 민감성 피부와 알레르기 피부를 혼돈한다. 민감한 피부는 햇빛, 금속, 특정 동·식물 성분에 여러 알레르기를 갖고는 있지만 단순히 알레르기를 가졌다고 해서 피부가 민감하다고 단정하는 건 잘못이다. 자신에게 트러블을 유발하는 성분만 찾는다면 굳이 민감성용 화장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화장품에서 가장 빈번하게 알레르기와 피부 자극을 일으키하는 성분은 인공향, 색소, 알코올, 라놀린, 미네랄 오일, 아로마, AHA·BHA(각질 제거 성분), 옥틸메톡시신나메이크(화학적 자외선 차단성분), 파라벤(방부제) 등이다. 트러블을 일으켰던 화장품의 주요 성분과 제품 콘셉트를 확인할 수 있다면 실제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의 영역은 훨씬 넓어진다.

예전에 화장품으로 인한 트러블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고 고가의 민감성 화장품에만 의존을 하는 것은 급체를 한 번 앓은 후 평생을 죽으로만 연명하는 것과 마찬가지. 쉽게 달아오르는 피부의 열감을 식히고 피부 충혈을 완화하는 기능은 ‘진짜’ 민감성 피부에는 꼭 필요하지만, 일반 피부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값비싼 보습제일 뿐이다.

2004.5.18 조선일보 "이나경의 안티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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