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달 여러 잡지에 기사의 도움말을 제공한다. 몇 년전 한 잡지사의 요청으로 약 2페이지가량의 피부미용원고를 작성한 적이 있는데 그 달 잡지를 보니 내가 쓴 글에 커다랗게 왠 피부과 의사의 사진과 프로필이 떡 하니 올라와있는게 아닌가. 꼼꼼히 그 기사를 읽어보니 내가 쓴 글에 달랑 2줄의 피부과 치료에 대한 글이 보태어져있었다.
기사 밑의 바이라인을 보니 도움말: XX 피부과 원장 , 뷰티 칼럼리스트 이나경 이라며 내 이름보다도 앞에 이름이 나와있었다.사진도 전면에 커다랗게 나왔겠다 이름도 앞에 씌여져있으니 누가봐도 그 피부과 원장이 이 기사의 원고 대부분을 썼다고 생각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흥분한 내가 바로 잡지사에 항의전화를 하니 기자의 궁색한 변명..그 피부과가 잡지의 페이지를 샀기 때문이란다.하지만 피부과 의사가 겨울철 피부관리법 (세안, 보습제선택등등) 을 알리가 없고 결국 바이라인에 내 이름하나 넣어주는 걸로 내 글을 꿀꺽 삼킨것이다.잡지사쪽에서도 그런 “피부” 와 관련된 기사는 의사가 작성한 것처럼 만들어야 신뢰도도 상승할거고..정말 곰은 재주만 부린 꼴이다.
얼마전 모 아나운서의 대리번역사건이 큰 이슈가 되었는데 피부과 의사가 쓴 책들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몇 년전 피부과 전문의가 쓴 책의 스킨케어관련 챕터를 맡아 작성한 경험이 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피부과전문의가 미용케어에 대한 전문가라는 인식은 그리 강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내가 쓴 챕터 때문에 그 분들이 TV 출연을 하며 미용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피부과의사라면 스킨케어방법도 잘 아는 것이라고 여길 수 밖에 없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
그 후 피부과 의사들의 책들은 붐을 이루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에디터로부터미용무크지 원고참여를 부탁받았다. 몇 챕터를 맡아 원고를 넘기고 나서보니 어느새 그 미용무크란 것이 피부과의사가 출간한 미용관련도서로 둔갑을 하여있었다. 출간을 얼마 앞두고 나는 에디터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았는데주저하며 말하길 그 피부과 의사가 그 책의 저자를 자신으로 하고 나머지 원고 작성한 사람들의 이름은 모두 빼달라고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어이가 없어 차라리 내 이름을 빼고 내가 쓴 원고도 모두 빼라고 요청하였다. 하지만 나중에 최종적으로 나온 책을 보니 내가 쓴 챕터의 주제며 내용의 엑기스는 그대로 살아있었다.
설마 40대 중반의 남자 피부과 의사들이 여성들의 수십가지의 화장품을 이용한 스킨케어에 대해 어드바이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순진하다. 의대는 병을 치료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지 에센스와 크림으로 마사지 하는 것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그리고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의학공부와 진료에 매진해야 할 의사가 새삼스럽게 스킨이니 에센스니 하는 공부를 할거라고 정말 생각하는가?
40대 중반의 남자 피부과 의사들이 여성들의 수십가지의 화장품을 이용한 스킨케어에 대해 어드바이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순진하다 ->진짜 맞는말이에요
아유..어릴적에 아저씨피부과의사들..무식하게 내얼굴 뚫었던거생각만해도 ㅜㅜ
sadsalsa 2007-05-01 00:42:31
아니요. 그들은 절대 스킨이니 에센스에 대해 공부하지 않을 거예요.
에센스와 크림으로 마사지 하는 걸 배우려고 의대에 가는 사람도 없을 거구요.
40대 중반의 남자 피부과 의사들에게 수십가지 화장품을 이용한 스킨케어를 공부하라고 하면 비웃어 버릴걸요.
화장품이 도움이 안 된다는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arial 2007-05-04 15:21:58
다른 사람글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인식자체가 씁쓸하네요..
도둑놈심보예요.. --;
언제부터인가 돈을 벌기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우는 어른들서부터 기본적인 예절이 없으니 애들이 자라서 어른 되면 어떤 모습들일지 걱정스러워요..
내 피부 나부터 알아야 하겠어요!!!!